우리는 게임 속에서 현실에서 해볼 수 없는 초월적인 힘을 휘두르기도 하고, 현실이라면 이길 수 없는 강자의 상대를 밟아버리는 성취를 느끼도 한다. 최근 가장 큰 화두였던 게임 붉은사막을 열심히 플레이하던 중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현실감이 잔뜩 묻은 게임들을 사랑하는 유저들의 마음은 무엇일까? 본인을 포함한 누군가는 역설적이게도 게임에서 조차 '현실다운 현실'을 찾곤 하는데, 현실적일 수록 열광하며 더더욱 리얼한 경험을 찾는다. 따라서, 특히 본인이 생각하기에 리얼리즘이 더해질 수록 더 풍부해지는 어드벤처 게임에서, 리얼리즘 재미가 어떻게 적용되는 건지 알아보고 싶었다.

모험의 어려움을 설계하는 방법
어드벤처 게임은 말 그대로 '모험'을 하는 게임이다. 유저가 직접 발을 딛고 지역 곳곳을 탐험하며 대화를 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여러 플레이 동선을 모두 포함한다. 어드벤처 게임은 '모험'을 통해 어려움이나 난관을 극복하고 성취를 불러일으키는 재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 집중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재미요소로 구성한다.
사실 모험이 주는 어려움 자체는 서사적 갈등의 필요성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가장 기초적인 전개 방식같다고 느낄 수 있다. 서사적 당위성 없이 그냥 어려운 환경에 던져두는 것은 그리 몰입감을 주기 어렵다고 판단하기도 하니까.


특히 텍스트 어드벤처나 인터렉티브 무비와 같이 대놓고 이야기를 봐달라는 장르에서 서사에 기반한 목적성이 가장 돋보이는데, 굳이 그렇지 않더라도 단순히 '작은 갈등'을 던져주고 플레이에나 집중해라! 하는 게임들도 많다. 유명 협동 어드벤처 게임 'It takes two'는 인물 간의 갈등 상황이 기반되긴 했지만 초월적인 기능을 더해 무작정 모험해야 하는 상황에 던져버리는 방식으로 시작하며, 'Heavy Rain'처럼 중심 스토리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한 서사의 흐름에 초초집중해야 하는 플롯도 공존한다. 이처럼 서사로 풀어내면 대놓고 갈등 기반의 전개 방식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유저를 쉽게 모험에 빠져들게 만들 수 있었다.
따라서, 어드벤처 게임에서 서사가 아닌 모험을 어렵게 만드는 방식 중 하나로 '리얼리즘'을 택한다면 어떤 재미를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해본 것이다. 모험의 과정에서 만약 주인공이 지치지도 않고, 어떠한 물리적 제약도 받지 않으며 목적지까지 고속도로를 달리듯 도달한다면 그것은 모험이 아니라 단순한 '이동'에 불과할 것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리얼리즘을 지향하는 게임성을 가진 게임들은 모험의 어려움을 유저의 플레이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로 게임성을 설계했다고 가설을 설정해보았다.
어드벤처 게임의 리얼리즘
어드벤처 게임에서의 리얼리즘은 단순히 그래픽이 실사화 같다나 인간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의 정도가 아니다. 실제 유저의 플레이가 현실 세계와 맞닿아 있고, 현실적인 제약과 불편함을 공존하게 만들어 비로소 유저를 그 세계가 '실제하는 공간'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수준이다. 그만큼 굉장히 디테일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것
배고픔, 무게, 내구도, 시야의 제한과 같은 리얼리즘 요소들은 유저의 앞길을 막는 방해물이 아니라, 유저가 극복해야 할 구체적인 대상이 된다. 이 불편함이 모험해야 하는 세계에 존재해야만 유저가 가상 세계에 빠져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유저를 귀찮게 하고, 발걸음을 무겁게 만들며, 때로는 시스템적으로 '억까'를 시전하는 피곤함이기 되기도 한다. 이러한 리얼리즘이 어떻게 게임의 강력한 재미로 발휘하게 만드는지 레퍼런스 게임들로 알아보겠다.
극단적인 중세 현실, 킹덤 컴: 딜리버런스

중세의 낭만을 없고 현실성만 남은 게임으로 유명한 명작, 킹덤 컴: 딜리버런스는 디렉터가 실제 체코의 어느 대장장이 아들이 아닐까 생각했던 게임이다. 리얼리즘이 시스템의 극단까지 치달았을 때 어떤 드라마가 발생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게임으로, 이 게임은 유저에게 영웅이 아닌 '나약한 인간'이 될 것을 요구해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편함을 서사의 핵심으로 삼는다. 서사 뿐 아니라 게임성 자체에 가득한 리얼리즘에 대해 서술해보겠다.


1. 성장 과정과 계급 사회에서의 관계성
본 게임의 스토리로 흐름을 설명해보자면 (스포X) 주인공 헨리는 초반에 글조차 읽지 못하는 평범한 대장장이 아들로 태어나 멋진 용사가 되기까지의 흐름을 보여주는데, 사실 여느 RPG 게임에서 볼 수 있는 과정 같지만 조금 더 현실적이다. 헨리의 스탯에 따라 힘을 가지기도 하고 좋은 화술을 키우기도 하는데, 중세이기 때문에 조금 더 힘이 중요한 순간이 오기도 하면서 마을 주민들이나 연인 상대를 만날 때는 매력이나 더 깔끔한 용모가 효과적인 순간이 오기도 한다.
이처럼 계급과 힘이 주력이 되는 중세 사회에서 헨리가 어떻게 성장하고 강해지는지에 따라 보여지는 관계성이 달라진다. 이는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점점 더 능력치가 높아지고 강해지면서도 또 매력적이게 변하는 내 모습이, 단순히 레벨이 올라가는 성취보다도 더 강한 뿌듯함을 제공하는 장치로 적용된다.

심지어 (보헤미아의 법률이었는지는 기억 안 나지만) 밤에 횃불을 들고 다니지 않으면 경비병이 찾아와 주의를 주기도 하고, 차림새가 영 별로면 좋지 않은 말을... 들어야 하기도 하다. 용모에 따라 나를 대하는 주민들의 태도가 다르다는 디테일이 굉장하다.
2. 1인칭 실제 전투 감각


킹덤 컴: 딜리버런스의 전투는 게임의 대표 감각을 리얼리즘으로 만든 가장 큰 요소이면서도 가장 많은 이탈을 만들었을 것 같은 마음 아픈 대표 시스템이다. 우선 전체 플레이가 1인칭으로 진행되는 만큼 몰입감이 상당하면서도, 실제 전투에 빠져들었을 때 긴장감까지 제공한다. 가장 큰 리얼리티라면 5개의 방향으로 구성되어 마우스의 위치에 따라 방향이 결정되는 것이다. 실제 검을 쥔 듯이 칼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휘두르면, 검의 궤적이 실제로 오른쪽에 머문다. 다음 공격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그 궤적을 고려해 물리적으로 가능한 방향을 선택해야 자연스럽게 콤보가 가능한 전투를 진행할 수 있다. 단순히 버튼을 빠르게 연타한다고 공격이 연속으로 흘러가는 게 아닌, 실제 검을 쥐고 내려찍고 막고 반격까지 노리며 철저하게 거리 조절과 스태미나까지 계산해야 하는 리얼하면서도 고난이도의 전투가 탄생하였다.
이렇게 싸움을 이어가다보면 실제로 실력이 늘어 능력치를 쌓아 검술의 달인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이 과정이 초반에는 정말 쉽지 않아 1편에서는 버나드, 2편에서는 수쾡이 선생님을 배치해 여러 핵심 기술을 알려주고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준다. 플레이를 이어가다가 도저히 더이상은 강해지기 어려운 순간에 도달하면, 선생님들을 찾아와 다시 학습을 요청하곤 했었다. 정말 검술의 고수가 되기 위한 중세인의 열정...까지 보여줘야 하는 리얼리즘이었다.


사실 가장 이 게임에서 감탄했던 건 '장비' 시스템이다. 전투 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게 사실 의복인데, 이 게임에서는 투구를 착용하면 무려 실제 시야가 반영되는 레전드 갓겜 시스템이 존재한다. 보통 전투를 하게 되면 몸을 방어하기 위해 두꺼운 갑옷을 착용하고, 가장 중요한 머리를 보호하는 투구를 착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보통 눈을 제외하고는 모두 가릴 수 있는 헬멧을 장착하게 되는데 1인칭이기 때문에 이러한 헬멧 시야가 그대로 보여진다. (플레이에 큰 불편함을 주는 요소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모드를 사용하는 것 같은데, 본인은 절대 바닐라를 고수하는 입장이다.) 또한 금속인 갑옷 특성상 소리가 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은신이나 도둑질할 때 큰 페널티가 된다. 가시성/시인성이라는 스탯이 존재하기에 더더욱 현실적인 모양새를 취해야 하는 것.
내가 이 게임을 찬양하게 되었던 가장 큰 요소가 장비였기에 관련 시스템들이 2편에서도 계속 이어질지 가장 기대했었다. (물론 이어지는데 프리셋이 추가돼서 어느정도 극한의 불편함은 해결했다고 생각함) 또한 극한의 전투까지 많이 개선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실제 플레이를 진행했을 때 크게 개선된 점은 못 찾긴 했다. 오히려 튜토리얼 구간에서 첫번째 전투로 석궁을 활용하게 만들어서 활을 당기고 궤적을 만들어 쏴야하는 액션을 먼저 보여주어 쉽지 않은 모험이 되겠거니 했었다. 하지만 이 '불합리한 정성'이 들어간 순간들이 있었기에 내가 진짜 체코의 멋쟁이 전사 헨리가 되었음을 느끼게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3. 생활과 이동의 제약


밥을 안 먹으면 기운이 빠지고, 술을 마시면 비틀거리며 시야가 흐려진다. 물약을 제조하기 위해서는 딸깍으로 제조하는 게 아니라 연금술에서 레시피를 하나하나 확인하며 불을 지피고 재료를 한 움쿰씩 넣는 수제 과정이 필요하다. 범죄를 저지르면 동네 평판이 깎이기 때문에 쉽게 다시 방문하기 어려워 신중한 행동을 취해야 했다. 그외에도 정말 수많은 현실적인 콘텐츠, 시스템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 게임을 플레이할 때는 나도 모르게 늘 긴장한 상태로 (게임이라고 인식하지 않고 막 나가지 않기 위해...) 실제 삶을 살아가듯 플레이를 하게 된다.
이러한 끝없이 펼쳐지는 현실적인 제약은 유저를 끊임없이 불편하게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불편함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주인공 헨리와 유저 사이에는 '공동체'라는 강력한 유대감이 형성된다. 진짜 중세시대 멋쟁이 헨리...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리얼리즘이 끝없이 펼쳐지지만 모든 유저가 똑같은 성장을 겪는 것이 아닌 것이 핵심이다. 리얼리즘이라는 제약 속에서 각자 다른 고생담을 써 내려가는 것이 이 게임의 진정한 묘미라고 생각했다.
오픈월드 생존기, 붉은사막

붉은사막은 단순히 그래픽이 사실적인 게임을 넘어, 게임 속 모든 물체가 유저의 의도에 '정직하게' 반응하는 것을 리얼리즘으로 구현했다. 어쩌면 완벽히 리얼한 게임이다-라고 하기는 모호하지만, 게임에서 의도하는 리얼리즘은 명쾌해보였다.


현실적인 세계 속 비현실적인 주인공
대부분의 게임에서 건물이나 사람을 공격하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는 미리 정해진 모션 정도로 보인다. 당연히 검을 휘두른다고 벽돌 건물이 무너지지는 않지만, 나무로 지어진 아치 그늘막 정도는 쉽게 부실 수 있으며 강하게 내려치는 지정타 같은 공격들은 얼마나 강하게 내려쳐졌는지를 보여주는 디테일을 가진다. 오른쪽 사진은 직접 경험해본 적 없지만 디테일에 놀라움을 가졌던 부분인데, 마차를 타고 가던 중 돌멩이가 튀어 사람에게 공격했다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NPC도 단순히 지나가는 사람이나 무기를 판매하는 상인 정도로만 배치해둔 것이 아니라, 현 게임 세계에 공존하는 진짜 사람으로 배치해두었다.
이처럼 플레이가 펼쳐지는 붉은사막의 세상은 현실적인 소재가 잔뜩 묻어있다. 그런데 여기서 본 게임의 리얼리즘이 더 재미있게 발휘된 것이, 이러한 상황적인 배경은 굉장히 현실적으로 설정해두고 그외 유저가 작동하거나 발휘할 수 있는 능력 자체는 굉장히 비현실적이었다. 주변의 기둥이나 나무를 들어 올려 무기로 쓰기도 하고, "이게 될까?" 싶어 집어 든 물건이 실제로 손에 잡히고, 던질 때까지는 비현실적이다가 무게감 있게 날아가 적을 짓누르는 순간에 리얼리즘이 발동한다. 주인공과 유저를 이세계 사람으로 만들어버리고 현실적인 세계에 던져버리는 것도 꽤나 유쾌한 경험이었고, 오히려 리얼리즘을 이색적으로 느껴질 수 있게 만든 신선한 기법이라고 생각했다.
※ 右 사진 출처: 유튜브 'mankaipark' (링크)
※ 포스팅을 작성하면서 더 깊게 플레이해볼 예정이었으나, 일이 바빠 딥하게 플레이를 못해서 내용은 이정도밖에 보지 못했다 흑흑...
일상적 소재의 실체화, 데스 스트랜딩

대부분의 게임에서 이동은 목적지까지 가기 위한 소모적인 시간이지만, 데스 스트랜딩에서 지형은 그 자체로 극복해야 할 요소가 된다. 이 게임은 유저가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극한의 고통을 받는 것부터 시작한다. '배달' 게임으로서 배달하기 위한 한 걸음씩 걸어 나가는 걸음부터 현실감이 가득 담겨있다.
1. 지형지물의 어려움 극복


등 뒤에 쌓인 짐의 무게에 따라 주인공의 상체가 흔들리고, 유저는 중심을 잡기 위해 (실제 조작까지도) 좌우 중심을 번갈아 꽉 쥐면서 걸어야 하는 고난을 겪는다. 지형의 경사도, 화물의 무게 및 중심, 주인공의 스태미나 등 실제 길을 걷는 듯한 감각을 리얼하게 계산한다. 솔직히 가방을 채울 때는 한 걸음이 신중할 것으로 예상치 못했던 처음 감각이 여전히 생생했다. 이거 진짜 '배달'이잖아...
맨몸으로 울퉁불퉁한 지형을 다니며 겪는 '개고생'은 장비가 해금됨에 따라 거대한 쾌감으로 돌아온다. 진짜 물살이 흐르는 급류를 건너기도 하고, 산 지형은 당연히 애쓰면서 올라가야 했으며 경사 면에서 무거운 짐을 들고 쏠려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최적의 경로를 고민해야 했다. 그러나 이는 게임을 플레이하며 탈 것이나 집라인으로 발전시키는 경험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개선의 쾌감을 제공하는 목적에도 있다. 너무나 현실적인 이동 감각을 쌓아놔서 이걸 어떻게든 개선시키고 세상을 발전시켜가는 재미가 크게 느껴지게 만들었다.
2. 배달이라는 소재의 새로운 체감


사실 이러한 불편함을 극복하게 만드는 이유는 '배달'이라는 것을 재미있게 만드는 배경 때문이다. 배달을 진행하다 보면 아무것도 남지 않은 험난한 아포칼립스 세계를 개척해나간다는 뿌듯함과, 배달을 무사히 완료했을 때 얻는 보상을 획득하며 얻는 성취감을 동반한다. 실제 배달과 같이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어떤 파손 없이 무사히 배달시키는 것을 주요한 책임 목적으로 가지고 달리게 된다. (갑자기 이 게임을 생각하다가 뜬금없이 오버쿡드라는 게임이 떠올랐는데, 대충 재료를 던지고 만들어서 시간 내 배급하기만 되는 얼레벌레 플레이 형식과 정말 상반되는 느낌이라고 느껴졌다. 뭔가 정성...스러운 느낌) 단순히 짐을 배달하는 것 자체는 사소한 이동이라는 행위에 엮여있기는 하지만, 이 게임에서는 배달을 통해 어려운 세상을 구하는 '생존'의 차원으로 격상시키며 색다른 감각을 체감시킨다고 생각했다.
사실 온종일 택배만 나르곤 하지만 플레이를 이어가다 보면 이 게임 안에 숨은 전략, 건설 요소의 비중도 굉장히 높고, 더불어 뛰어난 자연 경관과 그래픽 및 사운드까지 느끼다보면 "나 진짜 전설 배달부네..."라는 효용감이 그냥 느껴진다. 그러다가도 한번 넘어져서 데굴데굴 굴러가는 배달 물품들을 보면서 또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늘 이 게임을 어떤 게임으로 정의해야 할지 고민 했었는데, 게임에서 정말 현실적인 소재를 가져와 모험의 재미를 안겨준 독보적인 게임이라고 해도 되겠다 싶다.
불편함을 숨기는 리얼함의 재미
결국 이러한 현실적인 게임들에 열광하게 되는 이유는, 불편함 조차 재미가 되는 마법같은 경험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어떤 RPG 게임을 해도 내가 투구를 썼다고 눈 앞을 가리게 하는 황당한 경험(킹덤컴)이 없었으며, 시냇가에 시체를 던져도 물과 함께 떠내려가는 당혹스러운 경험(붉은사막) 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이런 현실적인 경험들은 실제로는 당연한 감각들이고, 넘어지면 가방에 든 것들이 다 쏟아지는 것도 틀린 건 아니기 때문에 '황당함'으로만 남지 불쾌한 불편함이 되진 않았던 것 같다.
또한 내가 상상할 수 있는 범주의 현실적인 행동이 즉시 상호작용이 되어 벌어지는 것도 굉장한 재미로 느껴지는 게, 사실 모든 사람들이 같은 경험을 이루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 넓은 땅에서 이런 상호작용을 정말 나밖에 안 했을 수도 있고, 어떤 사람들은 경험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든다. 리얼리즘을 규정하며 설계하는 것 자체가 게임마다 다르고 정해진 게임 문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붉은사막 관련 유튜브 보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이런 거까지 돼?"와 같이...) 어떤 화려한 연출보다도 리얼리즘 기반으로 다가오는 '우연'이 훨씬 더 진한 기억과 유일한 가치로 돌아오게 되는 것 같다.
결론적으로 어드벤처에서의 리얼리즘은 모험의 어려움을 제공하는 (유저를 괴롭히는...) 도구가 되기도 하고, 유저에게 우연의 재미를 만끽하게 만드는 훌륭한 장치이기도 하다. 결국 리얼리즘은 디테일에서 쏟아져 나오는 재미라고도 보는데, 그 디테일을 유저가 알아갈 수록 게임의 애정도, 재미도 계속해서 올라가는 것 같다.
+) 좋아하는 게임, 즐겁게 플레이 했던 게임들이 떠오르다 보니 우연찮게 레퍼런스 게임들을 모두 오픈월드 게임으로 가져왔는데, 오픈월드 자체가 현실감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이 듬뿍 담긴 장르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그러나 어드벤처 게임에서나 오픈월드 게임에서나 무조건 리얼리즘을 지향할 필요는 당연히 없고 본 게임들은 유저에게 '리얼함'을 위한 노력으로 재미를 제공하고자 한 예시일 뿐이다. (사실 본인의 사심이 담긴 선정일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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