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는 것은
리뷰를 하는 것은 개인적인 감상과 사담을 늘어 놓을 수 있는 기회기도 하다. 어제 오늘 밀린 일들을 마무리하고 하고 싶었던 게임들을 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문득 또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블로그를 시작한 후로 매일 같이 짧은 글이라도 작성하게 되는 습관을 가져서 그런가 손이 조금 심심해졌던 것 같다. 그런 김에 다시 내일부터 진행할 일들의 계획을 수립했다. 꽤나 해야할 것들도, 하고 싶은 게임들도 많은 나머지 펜 끝에 내려가는 연번은 끝을 보기 어려웠다. 약간 정신이 혼미해지나 싶었다가 그래도 곧 12월이니까 연말을 좀 잘 보내고 쉬어가는 순간이 필요하겠다고 느꼈다. 음악을 듣다가 사카모토 류이치 음악감독의 영화 괴물 사운드트랙이 흘러 나왔다. 늘 랜덤재생으로 틀어두는 음악들이라 이 노래 오랜만에 듣나 싶었다가 재개봉 소식을 알게 되었다. 관람은 어려워도 이 영화에 대해 생각해야만 오늘 휴식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영화 시장이 침체되면서 극장은 티켓값을 올리고 인력을 줄였으며, 스크린 독과점으로 흥행을 만들어갔다. 그러나 이는 임시방편의 해결 방법이면서 관객들에게도 투명하게 보이는 전략이었다. 결국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기는 어려웠고 침체의 바닥은 더욱 깊어지기만 했다. 볼 만한 영화가 없다기엔 관람 환경에 만족하지 못하게 되었고, 보고 싶은 영화는 극장에서 내려가기를 기다린다. 신작 영화의 힘이 너무나 부족해버린 요즘, 결국 검증된 과거 작품들이 다시 스크린에 오르게 되었다.
영화의 재개봉 열풍이 몰아친 요즘, 영화 괴물은 무려 개봉한 지 1년 안팎이었기 때문에 이 소식이 참으로 뜬금 없기도 했다. 그만큼 명작이니 하루빨리 다시 올리자는 취지일거라 생각한다. 작년 개봉 당시 관람했던 기억을 되살려 지극히 주관적이고 감상적인 느낌 위주로 리뷰를 작성한다.
* 이 영화는 어떤 내용도 알지 못하는 상태로 관람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직접적인 스포가 되지 않는 선에서 작성하였습니다.
감독 | 고레에다 히로카즈 |
각본 | 사카모토 유지 |
개봉일 | 2023. 11. 29 (국내 기준) |
러닝타임 | 127분 |
괴물은 누구인가?
미나토를 홀로 키우고있는 엄마 사오리는 아들에게 이상한 기운을 느낀다. 추궁 끝에 미나토에게 학교 선생님에 대한 좋지 않은 이야기를 들은 사오리는 학교를 직접 찾아가게 된다. 그러나 논리가 통하지 않는 학교 관계자들, 그리고 요리라는 아이에 대해 예상 외의 이야기를 듣게 되며 사건의 진실은 미궁으로 빠지게 된다. "괴물은 누구인가?" 자신이 아는 아들의 모습과 사람들이 아는 아들의 모습이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아무도 몰랐던 진실이 드러난다.
이야기를 말하는 방식을 비유하자면
하나의 사건을 보는 다른 세계들과 내가 쫓아가는 이야기의 진위를 고민하게 만드는 영화이다. 사실 이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하려면 모든 내용을 샅샅이 솎으면서 말하고 싶을 정도인데 모든 내용이 스포일러가 되어(...) 비유적으로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감독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을 그대로 따라가면 좋을 영화인 것 같다. 보여주는 대로 보고, 느끼고, 생각하면 그 흐름에서 닿는 내 생각은 밀집되어 공중으로 폭팔해버릴 것 같다. 그래서 이야기를 하는 방식이 빛을 발휘하는 작품, 의도적으로 가린 것에서 힘이 생기고 관객에 그 힘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감성을 주는 작품이다. 이번 영화에서 고레에다 감독이 쓴 대사는 단 한 줄이다, "세상은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 나는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 다시 해야만 하는 사회에 대해 논하는 지점이었다.
글과 음악이 돋보이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은 늘 여러 요소가 융합된 작품성을 보여주지만, 이번 작품에서 특히 글과 음악에 대한 호평이 거셌다. 종합예술이 할 수 있는 것들은 모두 끌어다 보여주는 듯 노력이 담긴 작품이 좋다.
작품을 쓴 사카모토 유지 각본가와 고레에다 감독은 비슷한 모티브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고레에다의 전작들의 논제와 유사성을 띈 이야기면서도, 이야기하는 방식은 완전히 낯설기도 한 작품일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고레에다 감독의 작품을 기대하며 관람했다가 또 다른 세상을 볼 수 있게 만든다. 기존 흐름과 비틀어진 이것이 이 영화가 주는 또 다른 힘이다.
사운드는 일정한 소리가 반복된다. 일명 어두운 듯한, 두려움을 주는 사운드를 지나 모든 걸 해소하는 사운드까지 닿을 땐, 명암과 환희를 동시에 주는 예술성에 감탄했다.
총평
그냥 조용히 따라가기만 해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는 것, 고레에다 감독님이 흔한 이야기를 흔하게 하는 방식에 반하게 된 것 같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여전히 발화하는 것도, 이를 드라마로서 흔하고 쉽게 받아들이게 만드는 그의 모토가 빛났다. 일관된 작품을 보다보면 그의 세계에 너무 빠져드는 게 아닌가 싶은데 덤덤하게 스며들 게 만드는 건 그의 내력 덕분이기도 하다.
어떤 일이 있어도 응원하고 싶은 것들이 있다.
별점 ★ ★ ★ ★ ☆ (4.5)
스포일러 없이 리뷰를 작성하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 앞으로는 아마도 스포를 달고 나올 듯 하고, 가끔 이렇게 게임이 아닌 것들에 대해 이야기 하겠읍니다. 개인 생활의 환기 차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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