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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 연극 양손프로젝트 단편선 레파토리展 in 2021

곤 gon 2024. 12. 13.

몇 년 전에 아주 짧게 운영하던 공연 리뷰 블로그의 글을 옮기는 작업을 시작하려 한다. 좋았던 작품들을 기록해서 남기고 싶기도 하고, 하나의 블로그에 나의 다양한 취향을 담고 싶은 마음도 있기 때문! 블로그를 찾는 유저 분들이 과거 리뷰글을 보고 관련 예술가나 단체, 작품에 관심이 생겨 최근 작품을 찾아본다면 더욱 베스트다. 좋은 것들을 언제나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

장르 연극
장소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관람일 2021. 10 (한 달간 3차례)

 

* 레파토리 목록

Part. 1
황금풍경 - 다자이 오사무
_ 손상규
그립은 흘긴 눈 - 현진건
_ 양조아
29호 침대 - 모파상
_ 양종욱
직소 - 다자이 오사무
_ 손상규 양조아 양종욱
Part. 2
운수 좋은 날 - 현진건
_ 손상규
전원비화 - 모파상
_ 양조아
태형 - 김동인
_ 양종욱
​-
Part. 3
사진과 편지 - 김동인
_ 양조아 양종욱
K박사의 연구 - 김동인
_ 양조아
연애의 청산 - 현진건
_ 양종욱
목가 - 모파상
_ 양조아 양종욱

 

 

양손프로젝트 10주년

 

양손프로젝트는 한 작가의 단편소설 중 여러 편을 선별해 각기 다른 형식에 담아 공연하는 단편선 시리즈를 창작해왔다. 이번 10주년 기념 공연을 준비하여, 그동안 창작했던 단편선 작품 중 11편을 선별해 그간의 작업을 조망했다. 양손프로젝트는 어떤 예술가인가.

 

양손프로젝트 블로그 프로필 사진

 

네 명의 창작진은 공동 창작 방식을 취하며 연극 작업을 수행하는 단체이다. 왼쪽부터 배우 양종욱, 양조아, 손상규, 그리고 연출가 박지혜가 함께한다. 내가 양손프로젝트의 작품을 처음 관람했던 건 아마도 2017년으로 기억하는, 두산아트센터에서 공연된 <죽음과 소녀>이다.

 

두산아트센터 홈페이지 - 죽음과 소녀 공연사진

 

죽음과 소녀를 관람했던 시기는, 학생 시절 콘서트나 뮤지컬, 음악을 활용한 무대에 관심이 많았던 내가 처음으로 연극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여러 대학로 극장들을 처음 방문하던 시기였다. 두산아트센터의 기획전인 두산인문극장에서 퀄리티 있는 작품들이 개발되고 선보여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고, 그때 죽음과 소녀를 만나게 되었다. 나에게 굉장히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던 것이, 기존엔 공연은 화려하고 관객들이 즐거워 해야하는 산물이자 취미생활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해야하는 이야기를 강조하는 작품을 보여주어 나의 편협했던 생각을 깨주었기 때문이다. 내가 그냥 음악을 좋아하니까 공연을 좋아했던 게 아니고, 이야기를 보여주는 현장을 좋아하는구나를 깨닫게 했던 것 같다. 음악 또한 그 이야기를 담아내는 용도였을 뿐이고, 어떤 방식이건 가능했던 것이다.

 

두산아트센터 홈페이지 - 죽음과 소녀 공연사진

 

죽음과 소녀는 슈베르트의 현악사중주에서 이름을 딴 희곡이다. 독재정권의 역사를 기반으로 한 칠레의 한 가정집을 배경으로, 고문 당한 기억을 가진 사람이 겪게 되는 갈등을 다룬다. 무대에 배우도 셋, 대도구나 소품도 단촐, 이야기만으로 이 공간의 한 시간을 채우는 작품이다.

 

어떤 게임이 인생 게임이에요, 어떤 연극이 인생 연극이에요, 누구 좋아해요 하는 말에 쉽게 대답하기 어려워하는 나는 그만큼 다양한 취향을 가지고 있었다. 매몰되지 않는 편이라 다양하게 볼 수 있는 시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단순히 쉽게 표현할 수 없는 취향에 어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이런 면에선 이 작품이 좋고, 이런 면에선 이 게임이 재밌었다, 지금은 아니지만 그때는 너무 재미있게 플레이했었던 게임이다 등 미사여구를 붙인 설명이 늘상 필요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인생 연극이 뭐냐는 질문에 결국 꺼내지는 이름은 양손프로젝트의 죽음과 소녀가 대다수였다. 어렸을 때 연극도 뭐 역사고 아무것도 모르고 본 작품인데, 그게 왜인지 인상에 너무 강하게 남아서 이게 내 인생 연극인 것 같다, 라고 말하곤 했던 것이다. 사실 이때를 기점으로 실제로 연극 장르에 대한 관심도가 극적으로 높아져 깊게 공부하게 되었으니까 어느정도 맞는 말이긴 하다. 좋은 작품은 내가 인식하지도 못하는 채 내게 강렬히 기억되는구나 싶었다. 그래서 이번 단편선 또한 기록하고 싶었던 것 같다. 좋아하는 것을 내가 곱씹어보고 기록한다면, 더 그 취향을 강하게 남길 수 있으니까.

 

 

파트 1

 

 

시대와 국적이 골고루였던 조화. 다양한 배경과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인상적이었다. 암전과 전환이 이루어지면서 순식간에 바뀌는 배경에도 몰입감은 그대로였다. 배우는 1명씩 등장해 각자의 방식으로 무대를 채운 후,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한다.

양손의 개그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사실 1, 2, 3 모두 흥미로운 부분이 있었을 것이다. 특유의 재치가 굉장히 취향저격인 것 같다. 비교적 따스했던 조명들처럼 따스한 내용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비화도 있었고. 이번 파트는 굉장히 감정을 표하는데 몰두하였고 배경의 묘사까지 강렬했던 편이다.

넓은 노란 바다가 펼쳐진 주변 초가집...

말라 비틀어진 문짝 사이 포근하지 않은 저녁 방,

그리고 전쟁 사이 벌어지는 잔인한 현실어린 장소까지.

백 분이 좀 안되는 시간 동안 이곳저곳 쏘다녔던 극장이 굉장히 비좁아보였다.

무거운 작품들 속 재미 포인트를 놓치지 않고, 더불어 작품의 깊이까지 더하는 연기. 그리고 공간을 활용하는 네 작품 각기의 차별화까지 있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사는... 당연히 "난... 잘생겼다."

 

파트 2

 

 

꽉 막힌 통로가 있었고 어느 때보다 차가운 빛이 들어왔다. 각기 다른 1인극을 선보이며 조금 짧은 분량으로 진행됐다. 실제 작품 수가 적어서 그런지, 이 날은 정말 눈 감았다 뜨니 끝나있어 많이 아쉬웠었던 것 같다.

파트 1을 관람하고 돌아오는 길에 네 단편을 모조리 읽어버렸던 것처럼, 이번 또한 마찬가지로 단편들을 모두 읽어보았다.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운수 좋은 날은 결국 다시 열어보지 못했던 점. 보는 내내 힘겨운, 싫어하진 않지만 감상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작품이었기에... 여전히 숨이 턱턱 막힌다.

개인적으로 이번 단편선 시리즈 중 가장 인상깊었던 <전원비화>가 선보여진 파트였다. 지문을 읽어 내려가는 톤은 물론 안정적이거니와, 가벼운 듯한 내용에 숨은 비화를 능숙하게 풀어가는 모습에 아주 반해버렸다... 무겁지 않은 이야기로도 무거운 내용을 전달할 수 있는 것이 핵심이었다. 이는 양손이 강조하는 재능이라고도 생각하는 부분이고, 이번 단편선 하나하나 파트를 지루하거나 너무 무겁게 만들지 않은 조화이기도 했다.  그 지점을 읽어내는 것도 관객들이 주목할만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파트 3

 

마지막 공연, 오늘은 네 작품을 양조아, 양종욱 두 배우가 채웠다.

배우의 이동 동선을 모두 노출하는 통로가 있었고 배우가 둘이여서 구조가 2-1-1-2 등장으로 깔끔한 수미상관 구조의 시작과 마무리였다. 조명 바텐이 머리 위 까지 내려왔는데 바닥도 완전이 화이트라 사실 눈이 조금 아프기는 했다. 의상도 화이트에 눈이 좋지 않은 나는 개인적으로 빛번짐이 좀 심하게 생겼었다.

사랑과 인간의 본능에 관한 주제로 선보여진 작품들이 다수였는데, 특유의 재치있는 애정씬들이 너무너무너무 좋았다. 오늘은 음악 선정까지 포인트가 되면서 항상 그랬듯 그 시대로 돌아가버렸고... 나는 해변 한 구석에서 한 커플을 구경하는 한 아주머니로 빙의됐었다. 편하거나 복잡한 웃음을 주는 역할이 된 첫 작품, 단편이니만큼 짧고 강렬한 인상을 주어야 하니 작품의 선정이 중요했을 것 같고, 그 흐름을 다양하게 묶어 이번 단편선이 한 회차 회차 다 다른 매력을 보여줬던 것 같다.

소수 배우로 진행되어 1인 다역은 대부분의 작품에서 등장하지만서도, 이번 파트 3에서는 'K박사의 연구'가 눈에 띄기도 했다. 극단적인 인물을 동시에 연기하는... 그 천재력이 돋보였던 작품. 뭔가 실제 냄새나는 것 같았다면... 배우의 표현력이 대단했던 게 아닐까ㅋㅋㅋ

첫 작품이 유쾌한 편이라 그런지 점점 무거워지지만서도 관객들의 반응이 죽지는 않았다. 커튼콜때도 주저없이 환호성을 보내는 모습에 나까지 덩달아 슬퍼졌다. 뜬금없이 왜 슬퍼졌냐면은... 마지막 공연이라... 역설적이게도 이제 한 동안 못본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내일 다른 예약한 공연이 없었으면 추가 현장 예매를 고려했을 수도 있었겠다고 생각했다.

 

단편선 레파토리展 후기

 

좋아하는 예술가가 좋아하는 작품을 보여준다. 그래서 그들이 하는 이야기에 주목하고 싶었다. 또한 단막극, 짧은 이야기가 주는 강렬한 울림을 즐기는 입장에서 양손프로젝트의 10주년 단편선 시리즈 소식을 보고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 티켓팅을 동시에 세 작품을 하는건 눈물을 흘리는 일이지만, 명당 자리에서 세 작품 모두 관람을 완료하는 쾌거를 이뤘다. 오늘 마지막 파트까지 관람하고나니... 오랜만에 후기를 꼭 써야겠다고 느꼈다. 무리해서 안산과 강남을 3주 간 내리 방문했다. 파트 3를 보고 집에오는 지하철에서 사부작, 그리고 이틀 뒤인 오늘도 사부작 해보았다. 셋업 하루 전, 현생에 지친 몸을 힐링하기 위해 글을 썼다.

 

단순한 감정으론 그냥 슬프고 연기를 정말 잘한다고 표하고 싶다. 단편선을 하나하나 뜯어보고 돌려보고 싶었다. 그리고 항상 공연 예매를 신중하게 하는 입장으로 이번 세 작품은 조금 과감하게 선택한 편인데, 그 선택을 시행하는데도 두렵지 않았고 결과조차 완벽했어서 굉장히 만족스러운 관람이었다.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을 때 살짝 쾌감도 든다...) 그리고 그만큼 과감한 관객의 선택에 따라줄 수 있는 작품을 내놓는 사람들에게 감탄하는 순간도 온다.

항상 좋아하는 것들은 언젠가 흔들리기 마련이고 가끔은 고난도 겪게 되는데, 이번 시리즈를 통해 확신의 단계가 된 것 같다. 지난 10년을 엮어 다시 선보이는, 그 과정에서 또 새로운 관객층이 우수수, 그리고 나도 앞으로도 놓치는 작품 없이 좋아할 것 같다고 느꼈다. 이미 수많은 매니아층이 있는 오랜 집단, 그리고 단체일지라도 관객의 취향에 맞추는 작업이 굉장히 까다로운 편이고 언제든 변할 수 있다고 보지만 이번처럼 확신을 갖게 한 순간 덕분에 조금 행복했다. 또 이번 달은 후기를 따로 작성하지 않았지만 다른 작품들도 많이 성공해, 더할나위없이 행복한 한 달이었던 듯하다... 다가온 11월은 근래처럼 많은 작품 관람이 어려울 것 같긴 하지만, 이전의 기억들을 되살리며 살아가야겠다.

 

 

 

 

이미 지난 공연이지만 관련 정보가 궁금하다면?

▶양손프로젝트 단편선 레파토리展 인터파크 티켓 링크

▶양손프로젝트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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